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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일했던 스태프가 말했다. 그 사람 괜찮다고. 그의 아버지를 취재한 기자도 말했다. 아버지 꽤 괜찮은 분이더라고. 그렇다면 답이 나온다. 배우 윤세인이 괜찮은 이유. |
처음에 그를 알아보지 못했다. 아니, 확연히 눈에 띄는 외모에 오늘의 주인공임은 알았지만 윤세인(27)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SBS 주말드라마 ‘잘 키운 딸 하나’의 악역 이미지가 강해서였을까. 제작발표회에서 만났을 때만 해도 섹시하고 농염한 이미지가 더 도드라졌던 그였다. 극 중 남자들을 미모로 부릴 줄 아는 장라희 역으로 ‘클라희파트라’적 면모를 보였기에 더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그랬기에 스튜디오에 수줍은 여대생처럼 나타난 그가 낯설었다. 본격적으로 머리를 세팅하고 옷을 갈아입자 비로소 우리가 TV로 봐오던 도회적인 이미지의 윤세인이 나타났다. 그는 “실물이랑 화면이 다르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는다”며 수줍게 웃었다. 직접 만나본 그는 진솔하고 담백했으며, 수줍음 많지만 할 말은 하는 인물이었다. ‘배우 윤세인’의 필모그래피는 굉장히 안정적이다. 2011년 문영남 작가의 드라마 ‘폼나게 살거야’에서 홈쇼핑 MD 나아라 역을 맡으며 본격적인 연기 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아들 녀석들’ ‘잘 키운 딸 하나’에서도 그는 줄곧 주연을 맡았다. 본명은 김지수. 아버지는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김부겸 전 의원이다. 예명으로 활동하는 이유는 동명의 선배 배우가 있다는 점과 아버지가 유명 정치인이라는 점 때문. ‘폼나게 살거야’ 오디션에 붙고 촬영에 들어갈 당시까지만 해도 문 작가를 비롯한 모두가 그의 아버지가 정치인이란 사실을 몰랐다. ‘연기 생초보’였던 그는 함께 출연한 배우 김희정의 집에서 하루 평균 5시간씩 연기 수업을 받으며 성장해나갔다. 날고 뛰는 배우들이 도사린 정글 같은 연예계에서 신인이 연달아 주연을 맡다니, 특별한 비결이 있겠거니 싶었는데 “진짜로 운이 좋았다”며 웃어 보인다. 오디션 통해 주연급으로 데뷔, 하루 5시간씩 연기수업 “처음에 주연을 맡으니 다음에도 비중이 큰 역할이 들어오더라고요. 실력이 있어야 기회를 잡는다고 하는데, 그 기회도 모든 사람에게 오는 건 아니잖아요. 오디션을 봤는데 감독님과 작가님이 예쁘게 봐주셨어요. 예전에 출연한 작품을 보면 아주 못했다는 느낌은 아니지만, ‘어떻게 나 같은 신인을 감독님과 작가님이 믿고 쓰셨을까’ 싶어요. 제겐 은인이죠.” 그 전까지 청순한 역할을 맡아온 윤세인은 ‘잘 키운 딸 하나’로 악역 변신에 성공했다. 그는 “감독님과 작가님께서 센 역할이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신 것 같다”고 했다. 감정 소모의 폭이 큰 악역 연기, 재밌을까. “악역은 화내고 소리 지르고, 분해서 울어야 하는 장면이 많아 확실히 배우는 점이 많아요. 극 중반까지만 해도 화내는 게 어색했고, 선배들에게 소리 지르려니 미치겠더라고요(웃음). 그런데 계속하니 어느 순간 내 안의 뚜껑이 확 열리는 느낌이었어요. 집안 분위기 때문인지 몰라도 그동안 스스로 닫아놨던 부분이 있었던 것 같아요. 화나도 참고, 그러다 보니 감정 표현에서 부족했던 게 이 작품을 계기로 많이 표출된 것 같아요.” 그는 외모에 자신감이 없는 편이라고 했다. 속으로 ‘대체 왜…?’라는 생각을 했으나 그는 “엄청나게 예쁘지도 않고 미친 듯한 연기력이 있는 것도 아니라서, 배우로서 어정쩡한 것 같아 노심초사하던 시기도 있었다”고 털어놨다. “고민이 많았는데, 한 감독님께서 ‘그게 오히려 연기하기 좋다’고 말해주셨어요. 그냥 길에서 저를 보면 누군지 모르고 지나갈 것 같다는 거예요. 그게 어디든 어울릴 수 있다는 이야기고, 연기자로서는 복일 수도 있다고 하셨죠. 스스로 생각하는 연기자로서의 장점은…, 편안한 느낌? 얼굴에도 손대지 않으려 유혹을 참고 있어요(웃음). 물론 손을 대서 화면에 예쁘게 나오는 것도 좋지만, 그냥 제가 정한 룰이에요. 연기로 승부하겠다는 배짱 같은 게 있어요. 그렇게 최면을 걸어야 자신감도 생기죠.” 주변 사람들은 그의 작품을 꼼꼼하게 모니터링하고 독설도 퍼붓는, 무지하게 냉정한 시청자들이다. “가족은 말할 것도 없고, 언니부터 남자친구의 친구들까지 ‘네 덕에 일일드라마를 보게 됐다’고 말해주세요. 좋은 얘기도 있지만 ‘이 부분은 부족했다’ ‘여기선 어색했다’ ‘이 부분에선 이런 감정을 표현해야 하는 게 아니냐’며 날카로운 이야기도 많이 해주세요. 좋은 말만 해주지 않아서 더 도움이 돼요.” 최근에도 작품 관련 미팅을 몇 차례 했는데 모두 ‘센 캐릭터’가 들어왔다는 윤세인. 아직 작품을 가릴 단계는 아니지만 개인적으로는 밝고 편안한 역할을 해보고 싶다고. 시트콤에도 욕심이 많다고 한다. 조용하고 얌전해 보이는 아가씨가 망가지는 걸 상상하기가 쉽진 않았지만, 신세경이 그랬고 박하선이 그랬듯 편견이 깨질 때 더 큰 웃음이 나오는 법이다. “함께 다니는 스타일리스트 동생이 ‘언니, 시트콤 잘할 거 같다’고 하더라고요. 활발하고 재밌는 걸 좋아하는 편이라 발랄하고 풋풋한 역할도 맡아보고 싶어요.” 자식이 안정적이지 못한 연예인의 길을 걷는 걸 처음부터 쌍수 들고 환영하는 부모는 거의 없을 것이다. 성균관대 연기예술학과를 졸업한 윤세인은 ‘부모가 연출 공부하라고 보냈더니 연기가 재밌어서 연기자의 길로 간’ 케이스다. 학창 시절 뮤지컬부터 연극까지 다양한 무대에 서며 경험을 쌓았다. “대학 다니던 중 오디션에 붙어서 연기 활동을 시작했어요. 휴학을 오래 하다 지난해 여름에 졸업했는데, 8년 걸려 졸업장을 받는 바람에 주변에서 군대 갔다 왔냐고 농담을 하더라고요(웃음). 학교 뮤지컬 ‘코러스라인’에 출연했는데, 그때 가슴부터 엉덩이까지 전신 성형을 해서 잘나가는 여자 역할을 맡았었거든요. 아직도 친구들 만나면 ‘너는 그 몸매로 그런 역할을 했느냐’며 웃곤 해요. 돌아보면 많이 그리운 시절이죠. 전 사람을 깊고 좁게 사귀는 타입이에요. 아버지가 정치인이다 보니 말 나오고 소문나는 게 싫어서 자기 검열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제 철칙은 일할 때 아버지에게 누가 되는 행동은 하지 말자예요. 그래서 현장 분위기를 망치거나 ‘열심히 안 한다’는 소리 듣지 않으려고 노력해요. 이번 드라마 함께한 사람들과도 막판에서야 친해졌어요. 아, 조심성은 있어도 겁은 없는 편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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