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oman.donga.com/docs/magazine/woman/2013/12/17/201312170500010/image/201312170500010_3.jpg) | ▲연극 ‘그와 그녀의 목요일’에서 정민 역을 맡은 조재현은 연옥 역의 유정아와 함께 중년의 삶과 사랑 이야기를 들려준다.
대학로는 드라마나 영화 제작자들이 ‘연기력이 보장된 신선한 마스크’ 발굴을 위해 즐겨 찾는 곳이다. 최근 ‘연기 좀 한다’는 소리 듣는 스타의 대부분이 대학로 소극장에서 걸음마를 뗐다. 수많은 아이를 품어 키운 대학로지만, 다 커서 엄마 품으로 돌아오는 배우는 많지 않다. 그래서 꾸준히 뚝심 있게 대학로를 찾는 조재현의 행보는 신선하다. “연극을 두 달 공연한다고 치면 기획부터 연습까지 배우가 거의 5∼6개월 가까이 참여하지만, 금전적 대가는 드라마 한 회분 개런티 정도죠. 그것만 생각하면 답이 안 나오지만 저와의 약속 때문에 출연하게 됐어요. 연극은 영화나 드라마와 달리 벌거벗은 느낌을 줘요. 다시 나를 돌아보게 해주죠.” 그는 꾸준히 연극에 출연한 것은 물론이고 많은 스타를 대학로로 이끌기도 했다. 그는 “너무 많은 사람을 섭외해서인지 제 전화를 피하는 배우도 늘었다”며 웃었다. “보통은 함께 작품을 했던 친구들을 섭외해요. ‘스캔들’에서 아들로 나온 김재원에게도 얼마전 술 한잔하면서 ‘연극 한번 하라’고 했더니, 자기도 기회 되면 해보고 싶다더라고요. 김규리, 조윤희 씨에게도 제안했죠. 강요하는 건 아니고요. 하하.” 한편 대학로의 흥행작이 저가의 코믹극에 국한되는 상황에 대해서는 우려를 표했다. “물론 그런 극이 나쁘다는 건 아니에요. 그간 많은 스타가 연극에 출연했고, 그로 인해 연극 시장의 파이가 커지기를 기대했지만 쉽지 않더라고요. 대학로에는 재밌거나 진지한 작품, 저가부터 고가 작품까지 다양한 작품이 공존해야 하는데 이 역시도 쉽지 않아요. 보통 관객들이 대학교 1학년 때 저렴하고 웃긴 연극을 보고 ‘와, 재밌다. 연극은 이런 거구나’ 하고 정의 내려버리는데, 그게 무서운 거예요. 조금만 진지한 극을 보면 ‘저건 왜 비싸면서 재미도 없어’라고 생각하게 되죠. 그래서 다양한 극이 공존하지 못하고 있어요. 이게 대학로의 현실이죠.” 대학로서 나고 자라 공연장 세우기까지 흔히들 ‘마음의 고향’이라고 하지만 대학로는 실제 그의 고향이다. 어린 시절 동숭아트센터 뒤편에 산 조재현에게 동숭아트센터 앞길은 형과 뛰어놀던 놀이터였다. 연기를 시작하고 배우로서 대학로를 찾았을 때 ‘수많은 포스터 사이에서 내 얼굴을 보는 날이 올까’라고 기대를 품었던 청년은 기어이 그 꿈을 이루고야 만다. 어느덧 희끗희끗한 중년이 된 그는 최근 고향에서 또 하나의 꿈을 이뤘다. 오랫동안 원했던 공연장을 세운 것이다. 극장 운영과 연극 제작을 겸할 곳의 이름은 ‘수현재’. MBC 촬영감독이던 친형 고 조수현 씨와 자신의 이름을 합쳐서 지은 회사명이다. 어린 시절 형과 뛰놀던 자리에 세워진 6층짜리 건물에는 2백50∼4백 석 규모의 극장 3개가 들어서 내년 2월 개관을 앞두고 있다. 조재현은 이 극장에 대해 “옥상을 새롭게 꾸며 야외에서 맥주도 마시고 성인들이 와서 저렴하게 문화를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 것”이라며 “30∼50대 부부가 10만원으로 좋은 작품도 보고 식사도 즐기며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하루를 보낼 수 있는 문화 공간으로 만들고 싶다”고 했다. “40대 중반을 넘어서면서, 꿈이라기보다 실천하지 못한 작은 도전들을 놓치지 않으려고 해요. ‘하고 싶은데’라는 생각이 있어도 나이가 들면 ‘이 나이 먹어서 뭘 하나’ 단념하고 실천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죠. 큰 꿈은 없지만 작은 꿈을 실천하는 일이 저를 젊게 만들지 않나 싶어요.” 그는 매년 수현재에서 창작극을 올릴 생각이다. 김기덕 감독과 손을 잡고 예술영화 부흥에도 앞장서기로 했다. “감독님이 국내에서는 작은 영화가 개봉관을 잡기 어려운 상황이니 공연장에서 영화를 상영하면 어떻겠냐고 하더라고요. 어차피 공연장은 낮에 비어 있으니까요. 그래서 3층을 수현재 시어터 겸 김기덕 시네마로 만들 생각이에요. 저녁 시간대에는 영화 상영이 어렵고, 의자가 영화관보다 불편하다는 단점이 있음에도 감독님이 해보고 싶다고 했죠. 수익은 별 기대 안 해요. 그저 장기적으로 관객이 예술영화를 찾을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고 싶어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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