닮고 싶은 배우는 정애리. 그는 “애리 언니는 타인의 모범이 되는 인생을 산다”고 말했다. “애리 언니와 긴 작품을 두 개 했어요. 사실 9개월 정도 촬영하느라 고생하면 ‘끝나고 여행 가야지’라는 생각부터 하는데, 언니는 끝나자마자 아프리카에 가서 봉사 활동을 해요. 그곳에서 아이들을 안아주고, 주어진 달란트로 열심히 일하더라고요. 그걸 보면서 대단하다고 느꼈고 저런 배우, 영향력 있는 선배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죠.” 대다수 엄마가 그렇듯 그도 육아에 최선을 다한다. 아이가 “연예인 엄마를 둬서 외롭겠다”는 이야기를 듣게 하고 싶지 않아서다. “아이와 스킨십을 많이 하고, 마음도 많이 줘요. 바느질해서 아이 옷도 만들고, 음식 하는 모습을 많이 보여주죠. 어머니가 전업주부셨는데, 제가 어릴 때 사랑을 베풀어주시던 모습이 기억에 남아 있거든요. 아이를 키워보니 어머니야말로 멋있는 사람이었다는 걸 깨달았죠. 그래서 어머니가 제게 그랬던 것처럼 아이에게 관심을 많이 줘요. ‘이거 네가 한 거야? 정말? 어떻게 했어? 기발하다!’ 이렇게 반응하면 기뻐하더라고요. 촬영 때문에 나와 있을 때는 다음 날 집에 가서 더 애정을 쏟고 집중하려고 노력해요.” 손재주가 좋은 그는 비즈 공예부터 바느질까지 손으로 하는 취미는 대부분 섭렵했다. 요즘은 오랫동안 해온 바느질에 푹 빠져 있는데, 이야기를 들어보니 단순한 취미 생활이라기엔 꽤 전문적이었다. 재봉틀을 집에 들여놓고 국외로 원단을 사러 나갈 정도로 열심인 그는 남편과 아이 옷도 직접 만들어 입힌다. 셔츠부터 원피스, 쿠션, 러그, 커튼에 아이 옷까지 직접 만드니 아들은 모든 엄마가 다 자식에게 옷을 지어주는 줄 알 정도란다. 그는 “딸은 없지만 아이 원피스가 예뻐서 만든 게 여러 벌”이라며 “재봉틀 앞에 ‘골룸’처럼 수그리고 장시간 앉아 있는 게 안 좋을 수 있지만, 공들인 옷을 완성했을 때의 성취감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고 했다. 몇 년 뒤에는 배우가 아닌 작가 박탐희로도 인터뷰할 기회가 오지 않을까 싶었다. 주변에서 책을 내자는 제의도 받았지만, 아직은 실력을 더 쌓고 있다. ![](http://woman.donga.com/docs/magazine/woman/2013/11/04/201311040500033/image/201311040500033_3.jpg) | ▲골드 패턴 원피스 제인송. 골드 이어링 더퀸라운지. |
아이 옷 직접 만드는 엄마 “제가 완벽주의라서, 누가 써준 책이 아닌 직접 쓴 책을 내고 싶은 욕심이 있어요. 제가 만든 옷을 선물했을 때 상대방이 행복해하는 걸 보면 기분이 좋아요. 그래서 나중에 책을 내지는 않더라도 바느질로 뭔가 해보고 싶기는 해요(웃음).” “흘러간 시간을 후회하지 않는다”는 그는 “하루하루가 굉장히 소중해서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 해도 절대 가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앞으로 꼭 해보고 싶은 건 유럽 여행. 그는 “어릴 때보다 이맘때 떠나는 여행에서 더 많은 걸 피부로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시간만 주어진다면 유럽을 제대로 오랫동안 깊게 보고 싶다”고 했다. “나이가 들수록 하고 싶은 것, 배우고 싶은 것이 점점 늘어나요. 요리는 남편이 만족스러워할 정도로는 해요. 제 자신이 맛없는 걸 싫어해서요(웃음). 네이버가 요리 친구예요. 차돌박이된장찌개를 만들고 싶다면 한 사람이 아니라 세 사람 정도의 레시피를 검색하고 내려받아서 차이점을 분석해요. 한 사람 것만 따라 하면 실패할 확률이 높거든요. 순서를 따라가며 양념을 섞고 맛보면서 제 입맛에 가장 맞는 레시피로 맞추죠. 책 읽기도 좋아하는데, 특히 소설을 좋아해요. 신경숙 작가 작품은 ‘외딴 방’부터 지금까지 나온 대부분의 소설을 섭렵했어요. 하루는 그분이 ‘엄마를 부탁해’를 출간하고 낭독회를 한다는 거예요. 아는 선배가 낭독하려다 못하게 돼서 저를 추천했는데, 작가님과 만날 수 있어 정말 기뻤어요. 다음 낭독회에도 초대해주셨고요. 정이현 작가는, 소설 ‘달콤한 나의 도시’ 1쇄를 가지고 있을 정도로 팬이에요. 사인받을 기회가 있어서 1쇄를 보여드렸는데, 그게 인연이 되어 지금까지도 친하게 지내고 있어요.” 잡지 모델로 데뷔해 1998년 힙합 그룹 업타운 객원 보컬로도 활동하며 다재다능함을 증명한 그는 연기자로 변신해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해왔다. 연기자로서의 목표는 뭘까. 그는 “아이가 있다 보니 드라마를 거의 제 시간에 보지 못한다. 대신 ‘감독·작가가 최고다’ ‘작품성이 좋다’는 말이 나오는 작품은 종영 후 몰아서 꼭 본다”고. “최근에 미드 보듯 몰아서 본 건 ‘황금의 제국’이었어요. 재미도 재미지만 식탁에서 구성원들이 탁구 하듯 대사를 주고받는 모습을 보며 이런 대본으로 연기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이요원 씨 역도 잘할 수 있을 것 같고, 장신영 씨 역이었어도 재밌게 했을 것 같아요.” 그는 “하고 싶은 배역은 많지만, 배우로서 연기할 수 있다는 것 자체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기억에 남는 배역은 지난해 초 KBS2에서 방송된 4부작 드라마 스페셜 ‘아모레미오’의 도순. 학생운동이 한창이던 1985년과 2012년을 오가는 시대극에서 그는 20대와 50대를 번갈아가며 연기했다. “목소리나 말투, 외모 때문인지 작품마다 늘 도회적인 여성이나 부잣집 딸 등 비슷한 캐릭터를 연기했어요. 부족한 것 없이 자랐지만 내면에 상처가 있는 캐릭터들이었죠. ‘아모레미오’에서 입술 위에 점 하나 찍고, 껌을 짝짝 씹어서 별명이 짝순이인 도순 역을 맡았을 때는 연기하면서 행복했어요. 그런 캐릭터를 다시 맡아보고 싶어요. 아마도 단막극이라 가능했을지도 모르지만, 많은 분이 긴 호흡의 작품에선 ‘내가 봐온 박탐희’를 쓰고 싶어하시더라고요. 저, 사실은 푼수기도 있고 재밌는 것도 좋아하거든요. ‘해피투게더’ ‘힐링캠프’ 등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했을 때 그런 색다른 부분을 어느 정도 보여드렸던 것 같아요. 또 다른 면을 끌어낼 수 있는 작품과 연이 닿았으면 좋겠어요.” ■ 의상·소품협찬·데무(02-3442-3012) 제시뉴욕(02-3442-0220) 더퀸라운지(02-548-7218) 드민(02-514-2137) 나무하나(02-512-4395) 제인송(02-6933-7701) ■ 헤어·전선정(에스휴 02-3448-3007) ■ 메이크업·송유미(에스휴) ■ 스타일리스트·박상정 최혜진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