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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평창 겨울스페셜올림픽 세계대회가 2월 5일 막을 내렸다. 7백여 명의 관객 앞에서 ‘지젤’ 무대를 선보여 박수를 받은 다운증후군 발레리나 백지윤 씨에게 발레란 차별의 시선을 인정으로 바꿔준 소중한 친구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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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30일 강원 평창군 알펜시아리조트 콘서트홀. 2013년 평창 겨울스페셜올림픽 문화 행사 첫날 프로그램인 ‘발레·음악’ 무대가 열렸다. 2분가량 이어진 백지윤(21·디지털서울문화예술대) 씨의 발레 ‘지젤’ 공연이 끝나자 관객의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이날 백씨가 소화한 안무는 ‘지젤’ 중 페전트 파드되(소작농 2인무)의 여자 솔로. 국립발레단이 주축이 된 행사에서 백씨는 당당히 한자리를 차지했다. 사람의 몸에는 21번 염색체가 2개 있어야 정상적인 신체 발달이 이뤄진다. 이 염색체에 문제가 생기면 발생하는 것이 다운증후군이다. 백씨는 다운증후군을 앓고 있다. 다운증후군을 앓는 사람은 신체와 지적 발달이 모두 더디다. 운동 신경도 둔하고 말도 느리다. 올림픽 폐막식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백씨와 어머니 이명희(48) 씨를 서울의 자택에서 만났다. 백씨는 예상보다 밝았고 표현력도 풍부했다. 질문의 대부분을 알아듣고 대답했지만, 어려울 때는 어머니가 쉬운 말로 풀어서 다시 물었다. 백씨는 인터뷰를 부끄러워하다가도 동경하던 선배 발레리나들의 사인을 받았느냐고 묻자 “내가 (그분들에게) 해줘야죠”라며 배시시 웃기도 했다. 장애 딛고 선보인 기적의 지젤
“지젤은 음악이 경쾌해서 좋아요. 지젤이 로이스와 키스하는 장면은 정말 마음에 들어요.” (백지윤) “이번 문화 행사는 지윤이에게 의미 있고 아름다운 무대였어요. 우리나라 최고의 발레리나들과 한자리에서 공연할 수 있었고, 분야는 다르지만 각자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정상에 선 전 세계 스페셜 친구들과 함께할 수 있어 큰 기쁨이었죠.” (이명희) 백씨에게 스페셜올림픽 축하 무대에서 선보인 ‘지젤’의 점수를 매겨달라고 했다. 어머니가 “지윤이 그날 지젤 몇 점 된다고 생각해?”라고 되묻자 백씨는 주저 없이 “100프로!!”라고 외쳤다. 이씨가 “그럼~ 1백 점이죠”라며 백씨를 안아줬다. 평소 딸과 스킨십을 많이 하느냐는 말에 “그럼요, 말보다 더 많이 해요”라며 이씨가 백씨를 끌어안자 딸은 “엄마가 너무 (스킨십을) 진하게 하는 스타일이야”라며 쑥스러워했다. 평형 감각도 부족하고 근력이 약한 일반적인 다운증후군 아이들이 발레의 섬세한 동작을 따라하기란 무리다. 이씨는 “지윤이는 의외로 ‘다운’ 아이치고 근력이 조금 나은 편”이라고 했다. 하지만 실제로 백씨의 증세는 다운증후군에서도 심한 축에 속한다. 이씨는 “보통은 어머니들이 아이가 태어나고 두세 달 지나 발육이 늦으면 검사를 하는데, 지윤이는 태어나자마자 호흡을 못해 신생아실에서 곧바로 검사해보라고 할 정도였다”고 말했다. 눈동자가 흔들리는 증상으로 수차례 수술을 받은 백씨는 한쪽 눈에 난시, 원시, 근시가 다 있어서 무대에 설 때 콘택트렌즈를 끼는 건 꿈도 못 꾼다. 질식사의 위험을 줄이려 혀 절개 수술까지 받았다. 이씨가 딸을 처음 발레 학원에 보낸 건 초등학교 6학년 때다. 장애를 가진 아이들이 하는 율동과 음악 치료의 일환이었다. “발레를 6~7개월 했지만 아이가 발끝으로 서 있지도 못해서 그만뒀어요. 중학교에 가서는 왕따를 당하고 스트레스를 받아서 아이 손에 살이 파일 정도였죠. 그때 지윤이가 한 말이 ‘엄마, 발레를 하면 좀 나아질 것 같아요’였어요. 음악을 듣고 연습할 때는 스트레스를 잊어버릴 수 있대요. 다시 발레를 시킬 수밖에 없었죠.” 고등학교 2학년 때 백씨는 매년 5월 열리는 전국 장애인 댄스 대회에 나갔다가 그를 눈여겨본 최태지 국립발레단장으로부터 국립발레단 아카데미 오디션 참가를 제안받았다. 아카데미에 합격한 백씨는 비장애인들과 함께 연습하며 발레를 기초부터 다시 배웠다. 인터뷰를 하던 중 키 큰 청년이 방에서 나왔다. 백씨의 동생 호성(19) 씨였다. 백씨보다 큰 키에 “지윤 씨의 오빠냐”고 묻는 기자에게 그는 “오빠 아니에요. 동생이에요. 네 살 차”라고 답했다. 이씨가 “두 살 차”라고 정정하자 백씨는 “네 살 아니야?”라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동생이 부모보다 더 훌륭해요. 저희도 나름대로 지윤이를 엄청 예뻐하지만 살다 보면 지칠 때가 있잖아요. 한번은 지윤이를 돌보다 힘들어서 제가 화를 낸 적이 있어요. 그때 호성이가 여섯 살이었는데 저더러 ‘엄마, 누나에게 장애가 있는 건 우리 가족이 다 알잖아. 엄마가 참아야 돼’라고 해서 깜짝 놀랐죠. 물론 지윤이도 동생을 잘 챙겨줬고요.” (이명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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