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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cm의 작은 키. 가연골무형성증이라는 희귀병을 앓는 이지영 삼성테크윈 대리에게 ‘장애’는 그저 또 다른 ‘경험’에 불과했다. 삼성그룹 직원 대표로 1만 명 앞에서 특강을 펼친 이 대리의 인생 이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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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삼성그룹이 젊은이들과 소통하고자 만든 강연 행사 ‘열정락서’가 올해로 세 번째 시즌을 진행하고 있다. 삼성그룹은 시즌3를 기획하며 공모를 통해 강연할 그룹 내 일반 직원 10명을 뽑았다. 지원자 2백20명 중 서류심사와 오디션 등을 거쳐 선정된 사람 중 한 명이 삼성테크윈 인사팀 인재개발그룹 이지영(28) 대리였다. 9월 18일 이씨가 서울 잠실체육관에서 열린 ‘열정락서’ 행사에 최치훈 삼성카드 사장, 김난도 서울대 교수, 역도선수 장미란과 함께 연사로 섰다. 삼성그룹 전 직원을 대표해 1만 명의 청중 앞에 선 그에게는 남들과 다른 점이 하나 있었다. 바로 작은 키였다. 희귀병인 ‘가연골무형성증’을 앓는 이씨의 키는 110cm에 불과했다. 한 번 보면 누구나 기억하는 사람 이튿날 강남의 한 스튜디오에서 그를 만났다. 아담한 체구에 또렷한 이목구비가 눈에 들어왔다. 그는 “사내 공고를 보고 행사 취지도 좋고 회사 다니며 느낀 점을 대학생에게 전달해준다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 지원했다”고 밝혔다. “강연하던 날 맨 앞줄에서 농아 학생들이 제 이야기를 들으며 많이 울더라고요. 소박하지만 누군가에게는 제 이야기가 큰 도움이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2007년 8월 삼성테크윈에 입사한 이씨는 경력사원과 신입사원 앞에서 강의하고, 교육과정을 기획·운영하는 일을 맡고 있다. 올해엔 삼성그룹 신입사원 교육에서 후배들의 멘토 노릇을 했다. 한 번 보면 잊히지 않는 첫인상 덕에 이 대리는‘누구나 기억하는 사람’이다. 그는 “작은 키가 내게 준 선물이다”라며 웃었다. “제가 나와서 교육하면 놀라거나 불편해하는 분들도 있더라고요. 교육 막바지에는 자신이 가졌던 편견을 깨는 분들도 있지만, 그렇지 못하는 분들을 보면 안타깝죠. 저도 평범한 사람인걸요.” 대학교 3학년 때 호주로 떠난 어학연수. 커다란 여행 가방을 끌지 못해 뒤에서 밀어야 했고, 엘리베이터 버튼이 너무 높아 누르기 어려웠지만 그곳에서의 삶은 한국에서와는 조금 달랐다. “정말 편견이나 동정 어린 눈빛 없이 있는 그대로 저를 바라봐주는 모습, 노약자와 여성을 배려하는 사회 분위기를 보며 ‘아 이게 선진국이구나’ 하고 생각했어요. 마음의 상처가 있었던 터라 열심히 하면 좋아해주는 사람들의 모습에 활기차게 생활할 수 있었죠. 친구도 많이 생겼고요.” 어릴 적 이씨의 꿈은 라디오 PD였다. 학창 시절 공부하며 들었던 라디오는 또 하나의 친구였다. 선정적이고 폭력적인 이야기가 많은 TV와 달리 사람 사는 이야기를 하는 라디오라는 매체에 매력을 느꼈다고. 2002년 한양대 신문방송학과에 진학한 그는 학내에서 높은 경쟁률을 뚫고 언론사 준비반에 들어갔다. 매 학기 성적 장학금을 놓치지 않았고, 우수졸업상을 받으며 사회에 나왔다. 하지만 바늘구멍보다 좁다는 취업의 문은 장애가 있는 그에게 유독 더 좁았다. 60군데 원서를 넣어 12곳에서 필기시험을 보고, 7곳에서 면접을 봤지만 모두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장애인이 고객 응대를 어떻게 하겠냐”는 면접관의 말이 비수처럼 그를 찔렀다. 아예 질문을 못 받고 면접장을 나선 적도 있었다. 면접장에서 굴욕을 맛본 그는 더 강해져야 한다고 각오를 다졌다. 평소 쓰던 카메라 제품의 매력에 끌려 삼성테크윈에 낸 원서가 그를 최종 합격의 길로 이끌었다. 드라이브, 마라톤, 강연까지 이 대리의 무한도전
이씨가 두세 살 무렵의 일이다. 다리가 휘고 또래에 비해 잘 걷지 못하는 딸을 데리고 서울대병원을 찾은 부모는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들었다. 왜소증이란 진단이었다. 정확한 병명이 ‘가연골무형성증’임을 알게 된 건 중학교 2학년 때였다. 유전자 이상으로 연골이 없어서 뼈가 자라지 않고 다리가 휘는 병이었다. 아버지를 비롯한 가족 모두 키가 큰 편이어서 충격은 더욱 컸다. 세 살 터울인 언니의 키는 172cm나 됐다. “유치원 때 놀림을 당해 괴로웠어요. 화장실에도 잘 못 갔던 기억이 나요. 중·고등학교 때는 버스 타는 게 두려웠죠. 짧은 시간에 급하게 타고 내리는 것 자체가 부담스러웠거든요.” 당시보다 발달한 의학의 힘을 빌릴 생각은 없는지 물었다. 그는 “사지연장술이나 호르몬 요법이 있긴 한데 일부러 키를 늘이려 병원을 찾지는 않았다”고 했다. “중학교 때까지는 수술을 받을지 고민했어요. 주위에서 그런 분들을 많이 봤죠. 하지만 수술 후 회복을 위해 병원에서 1년여의 시간을 보내는 게 아깝다고 생각했어요.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았거든요.” “늘 자신을 괴롭히는 타입”이라는 이씨는 영락없는 워커홀릭이다. 도전도 즐긴다. 손운전을 배워 운전면허증을 땄고, 달리기도 한다. 희귀질환자 돕기 마라톤에서는 2시간 만에 5km를 완주했다. “뭔가 계획하고 시도하는 걸 좋아해요. 새로운 걸 했다는 것 자체를 즐기죠. 최근엔 신입사원들의 멘토가 된 걸 저 자신을 다지는 계기로 삼았어요. 직장 생활 5~6년 차라 해이해졌는데 그런 자신을 재정비하고, 신입사원들의 열정을 받을 수 있는 기회였죠. 그들과 함께하며 인간적으로도 성숙해진 것 같아요. 가장 최근의 도전은 역시 ‘열정락서’ 무대였달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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