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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 공연계의 ‘뜨거운 감자’는 단연 박칼린 연출의 여성 전용 19금 공연 ‘미스터쇼’다. 남자 배우들이 찢고 벗고 구르고 춤추는 공연, 아찔한 수위만큼이나 짜릿한 뒷이야기를 MC에게 들었다. |
“그 공연 야하디?” 박칼린 감독이 구성과 연출을 맡은 ‘미스터쇼’를 봤다고 하자 주변으로부터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이다. 3월 27일 서울 마포구 롯데카드아트센터 아트홀에서 오픈한 ‘미스터쇼’에서는 무대 위 헌칠한 ‘미스터(MC를 제외한 남자 배우들)’들이 셔츠와 바지를 찢고, 속옷까지 벗어 던진다. 노출 수위는 근래 공연된 작품 중에서도 최상위권. 반투명한 유리벽 너머로 실오라기 한 점 걸치지 않은 엉덩이를 보여주고, 때로는 물에 젖은 채 춤을 추며 섹시함을 과시한다. 써놓고 보면 야할 것 같지만, 퍼포먼스 자체만을 본다면 야하지 않았던 아이러니컬한 쇼. 남자 관객은 표를 사도 공연장 출입이 불가능해 궁금증을 더한다. ‘설마…’ 하는 부분까지 보여줘 이 공연, 포스터부터 심상치 않다. 탄탄한 남자의 복근 위에 ‘여성들이여, 욕망을 깨워라’는 문구가 쓰여 있다. 티켓 예매 사이트에 들어가면 ‘성인 인증’ 창이 뜬다. 성인 여성 관객만 입장 가능한 이 쇼는 70여 분간 남자 배우들의 육체적 매력을 보여주는데, 처음에는 어디에 눈을 둬야 할지 고민하다가도 어느덧 마음에 드는 남자 배우에게 시선을 고정한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MC의 진행 하에 8명의 배우가 8개 코너에 출연해 관능적인 댄스와 연기를 보여주는데, 그렇기에 코너별로 ‘테마’는 있지만 연결되는 이야기는 없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바바리 코트를 입고 지나가던 두 남자가 어깨가 부딪혀 시비가 붙는데, 옷을 하나씩 벗으면서 안무를 선보인다. 고대 무사로 변신한 배우들이 검무를 선보이며 은근한 매력을 보여주기도 하고, 정장·교복·군복 같은 제복을 입고 나와 여성들의 ‘제복 페티시’를 자극하고 군무를 추기도 한다. 웨이터로 분한 배우들은 객석에 칵테일을 나눠주고, 선택받은 관객은 무대에서 그들의 몸을 쓸어내릴 수도 있다. 무대 위 관객이나 객석의 관객이나 그 순간 ‘광대 발사’하는 건 마찬가지. 배우 중 절반이 헬스 트레이너 출신이라 연기가 어색하다는 평도 있지만, 박칼린 감독 말대로 ‘무심한 듯, 관심 없는 듯 지나치기엔 아름다운 남자의 육체’를 감상하기에는 최적의 캐스팅이다. 쉽게 분위기가 연상되지 않는다면 영화 ‘풀몬티’나 ‘매직 마이크’의 남성 댄서들을 생각하면 된다. 티켓 판매 사이트에는 뮤지컬로 분류돼 있지만 배우들이 노래를 한 곡도 부르지 않고 음악에 맞춰 춤과 연기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보이 쇼’에 가깝다. 이 쇼에 대한 기존 뮤지컬 팬들의 반발도 있었다. “아무런 구애도 받지 않고 최대한 솔직하게, 부끄럽지 않고 당당하게 즐길 수 있는 여자만을 위한 쇼를 만들고 싶었다”던 박 감독에게 “이런 건 내 욕망이 아니다”라며 항변하기도 하고, 클럽이나 술집에서 있을 법한 쇼를 뮤지컬로 만들어 남성 상품화를 조장한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이 공연, 잘 팔린다. 거부감만큼이나 잠재 관객의 기대감도 높고, 재관람 관객도 꽤 된다. 5월 17일까지 예정된 공연이 절반가량 진행된 4월 15일, MC인 뮤지컬 배우 김호영(31)에게 피부로 느끼는 관객의 반응을 들었다. 그는 2002년 ‘렌트’로 데뷔해 무대에서 잔뼈가 굵은 뮤지컬 스타다. 남자 배우 최초로 연극 ‘버자이너 모놀로그’에 출연하고, 자기 이름을 건 쇼를 진행할 정도로 입담도 인정받았다. 공연장 로비에서 만난 그의 화려한 복장에 “공연 연습하다 나온 거냐”고 묻자 홍보사 관계자가 “본인 옷”이라며 슬쩍 귀띔했다. 그는 “박칼린 감독님으로부터 섭외 전화를 받고 흔쾌히 출연하겠다고 했다”고 밝혔다. 미스터 대다수가 무대 경험이 일천한 신인이다 보니, 공연장 분위기를 좌우하는 데 MC의 역할이 상당하다. 그는 더블 캐스팅된 뮤지컬 배우 정철호와 돌아가며 분위기를 띄우는 데 일조한다. “대본은 따로 없어요. 8가지 테마가 있고, MC들이 중간 중간 멘트하는 구성만 정해진 상태였죠. 감독님과 멘트를 수정하고 더하며 극을 완성해나갔어요. 보셔서 알겠지만 관객 반응이나 연령층, 호응도에 따라 멘트가 달라지거든요. 재밌긴 한데, 이렇게 힘들 줄은 몰랐어요. 목이 잘 안 쉬는 편인데도 이 공연만 하면 목이 칼칼해져요. 시작부터 분위기를 업시켜야 하지만, 너무 재미 위주로 가는 퀄리티 낮은 작품이 되면 안 된다는 부담감도 있어요.” MC가 큰 비중을 차지하는 공연에서 두 MC는 진행 스타일부터 복장까지 전혀 다르다. 알고 보니 그의 무대 의상은 전부 본인 소장품이라고 한다. 그는 “딱 떨어지는 슈트도 아니고, 캐주얼한 옷도 안 맞을 것 같아서 고민하다가 제 옷을 입은 걸 찍어 감독님께 보냈는데 좋다고 하셨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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