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을 쓸 때 제 모습을 본 사람은 거의 없죠. 음악과 대면하면 모든 게 안 보이고 거기에만 집중하거든요. 곡 쓰다가 갑자기 거울을 보진 않잖아요. 아내랑 처음 만났을 때 이은미 누나의 ‘녹턴’이라는 곡을 만들었어요. 곡을 완성하고 가이드 녹음(본 녹음 전 작곡가나 다른 가수가 노래를 불러 녹음하는 것)한 노래를 틀어놓고 아내와 첫 키스를 했어요. 그래서 제게는 더 의미가 있는 곡이었죠.” 음악만 보고 달려온 인생이라 때때로 아내에게 미안한 마음도 있다고 했다. “‘나는 음악가가 될 거야’가 아니라 ‘당연히 음악가가 되겠지’라는 생각으로 시작했었어요. 그러다 보니 음악 외적인 부분은 전혀 몰라요. ATM으로 입금도 할 수 있다는 것을 결혼하고 처음 알았어요. 아내에게 ‘자기도 알았어?’ 하니까 15년쯤 됐다고 하더라고요(웃음). 작곡을 안 했으면 그림을 그리거나 디자인을 했을 것 같아요.” 그는 일단 음악에 집중하면 잠자는 것도 잊는다. 52시간 동안 자지 않고 음악 작업에만 몰두한 적도 있다. “잠깐 앉았다 일어섰다고 생각했는데 새벽 6~7시인 적이 많아요. 약속 장소로 가다가 곡에 대한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다시 작업실로 향하기도 했죠. 딱 10분만 하고 가자 마음먹었는데 일어나 보면 3시간이 지난 거예요. 본의 아니게 인간 이하의 대접도 받고 ‘약속도 안 지키는 놈이야’라고 욕도 많이 먹었어요(웃음).”
장점 배가시키는 윤일상식 훈련법
‘위대한 탄생 시즌2’에서 멘티들을 혹독하게 가르친 그의 훈련법은 “장점을 배가시키는 것”이었다. “많은 사람이 진로에 대해 고민해요. 제게도 그런 시절이 있었어요. 그때마다 ‘이 일에 미칠 수 있느냐’를 물어봅니다. 그럴 자신이 있으면 그때부터는 ‘열심히 하는 것에선 누구에게도 지지 않겠다’는 마음이 중요하죠. 멘티들에게도 ‘우리 서로 열심히 하는 것으로는 지지 말자’고 약속했어요. 실제로 죽을 만큼 열심히 했고요. 프로그램에 나간 건 한 50분의 1 정도예요. 누군가는 저음이나 호흡, 감정이 장점일 수 있어요. 고음이 부족하다고 고음만 연습하다 보면 두려움만 생깁니다. 장점을 배가시키려 노력하다 보면 두려움이 없어지고 어느 순간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까요.” 그렇다면 윤일상의 멘토는 누굴까. “아내일 수도 있고, 저랑 같이 있는 멘티일 수도 있죠. 수없이 많이 만나는 분들이 멘토입니다. 존경하고 닮아가야겠다고 생각하는 아티스트 류이치 사카모토, 이영훈 작곡가, 유재하 선배님. 훌륭한 음악을 하고 훌륭한 삶을 사는 모든 분이 멘토가 아닐까 싶어요.” 브라운아이드걸스의 소속사이자 현재 윤일상이 속한 내가네트워크 최윤석 대표이사는 과거 가수와 프로듀서로 그와 만났다가 평생의 친구로 발전한 사이. 최 대표는 윤일상의 결혼식 사회를 보기도 했다. 그는 오랫동안 지켜본 친구 윤일상에 대해 이야기했다. “윤일상 씨는 오랫동안 업계에 몸담았지만 사람들에게 주목받는 피를 가진 친구는 아니었어요. 의외로 소박하고, 스타의 느낌보다는 작가의 피가 훨씬 더 많이 흐르는 사람이고요. 시간이 지나면 지금보다 사람들이 그를 덜 알아볼 때가 있겠지요. 저는 사람들이 윤일상이라는 작곡가를 ‘생을 다할 때까지 음악에 미쳐 있던 작가’라고 기억해주면 좋겠습니다.” 윤일상은 “슬픈 발라드를 쓰려면 처절하게 슬픔에만 집중해야지 대중성이나 그 외의 것을 생각하면 마음을 대중에게 전달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내가 펑펑 울면서 곡을 써야 그 곡의 슬픔이 조금은 전달되지 않을까 생각해요. 댄스 음악을 만든다면 미친 듯이 춤을 출 수 있어야죠. 이런 노래가 오래가는 음악이 되고 진정성이 담겨 있겠죠. 어떤 일을 하더라도 대중을 생각하기보다 이걸 왜 하는지를 생각하고 그 콘셉트에 맞춰 최대한 집중해야 1백년 가는 음악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요. 저는 스무 살이 갓 넘었으니까 이제 시작이라고 생각해요.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죠. 최고의 절정기는 최고의 곡을 썼다고 느끼는 순간이 아닐까 싶어요. 저는 죽기 직전까지 음악을 할 거니까, 그 순간을 맞을 때까지 노력해야죠.”
■ 참고도서 | 나는 스무 살이다(대교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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