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어난 학생 만드는 한국 교육의 장점  | ▲김민형 교수의 꿈은 수학을 알아가는 재미를 더 많은 사람들이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사진은 1월 저자 강연회 때의 모습.
영국 옥스퍼드대와 서울대에서 수학을 가르치는 김 교수. 양국 학생과 교육 환경을 겪었으니 국내 교육 시스템에 대해 조언을 해줄 수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그는 이 질문에도 신중했다. 한두 사례나 단면만 보고 모든 걸 판단할 수는 없다는 거였다. “어느 교육 시스템이나 장단점이 있어요. 우리나라 교육 환경의 장점은 학생들이 열심히 하는 데 익숙해져 있다는 거예요. 서양 학생들은 잘 안 될 때 ‘열심히 하면 된다’는 자신감이 없는 경우가 많아요. 학습에 대한 감은 우리 학생들이 뛰어나다고 생각해요. 약점은 임기응변에 약하다는 거죠. 영국 학생들은 순발력 트레이닝이 잘돼 있거든요. 그러나 그것만으로 시스템의 좋고 나쁨을 판단할 수 없는 게, 요즘 학생들은 제 학창 시절과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세계를 보는 시야가 넓어요. 그만큼 잘되는 부분이 많다는 거겠죠.” 그는 “아이에 대한 걱정은 국가가 다르다고 큰 차이가 있지는 않다”며 “영국에서도 가정교사를 채용하는 열성적인 부모가 있는 반면 방임하는 부모가 있는 등 각자의 스타일이 다르다”고 했다. “우리나라 부모들이 자녀 교육에 적극적인 건 사실이지만, 그렇기에 실력이 뛰어난 학생이 많이 나오는 것도 사실이거든요. 미국 뉴욕시의 유명 대학 아이들은 우리나라 학생들과 별 차이 없이 공부해요. 예전에 ‘뉴욕타임스’에서 한국의 유명 고등학교를 취재한 적이 있는데, 그때 우리의 학업 분위기를 긍정적으로 써서 놀랐어요. 그곳에서 가르치는 미국인 교사 인터뷰도 있었는데 ‘뭘 가르쳐도 관심 없어 하는 학생만 보다 여기서 새벽 2시에 질문 이메일이 오고 답신하면 새벽 4시에 다시 질문할 정도로 열심인 학생들에게 감격했다’고 하더라고요.” 그는 “부모들의 우려가 너무 커서 우려된다”며 웃었다. “아까 인터뷰하며 ‘호랑이 엄마’라는 말을 쓰셨는데, 그게 서양에서 흔히 생각하는 동양 부모의 이미지로 굳어진 것 같아요. 책을 낸 동기 중 하나가 교육에 대해 신경을 많이 쓰더라도 ‘호랑이’일 필요는 없다는 말을 하고 싶어서였어요. 우리 부모들은 굉장히 잘하고 있으면서 걱정이 많아서, 장점을 너무 모르고 사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해요. 너무 걱정하지 말고 사세요.” 앞으로 수학 필요성 더 커질 것 2012년부터 수학 콘서트 ‘KAOS(Knowledge Awake on Stage)’를 열며 수학 대중화에 앞장서고 있는 그에게 일반인에게도 수학이 필요한 이유를 물었다. 그는 “길게 대답해도 되겠느냐”며 눈을 빛냈다. “첫째로 수학에 대한 선입견이 많이 깨졌어요. 학자가 되지 않더라도 수학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는 건 눈에 보이거든요. MIT 언어학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칠 때는 수학 수업 이수를 요구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앞으로 그런 경향이 강해질 거예요. 옥스퍼드대에서도 수학과 학생들이 채용이 잘되는 이유도 사회에서 수학을 잘하면 장점이 되는 분야가 늘었기 때문이에요. 엑셀 쓰는 것만 해도 수학적인 사고를 필요로 하잖아요. 수학은 문학, 언어학 등을 공부할 때도 큰 힘이 될 거예요. 또 하나는 역사적인 조류에서 찾을 수 있다는 거예요. 지금은 초등학생도 나눗셈을 할 줄 알지만, 아르키메데스나 유클리드 시대로 거슬러 올라가면 나눗셈은 학자들만 할 수 있는 첨단 학문이었어요. 뉴턴이 미적분학을 개발한 게 3백50여 년 전인데, 지금 학생들이 배우고 있는 걸 보면 5백여 년 후에는 양상이 더 달라지겠죠. 그런 과정을 거쳐서 상식이 되는 거고, 지금 우리는 그런 과정에 가담하는 중이라고 생각해요. 마지막으로 수학적인 사고는 마음의 틀을 강하게 해줄 수 있어요. 세계를 보는 양상, 20세기 구조주의 사상, 사회 계급 제도를 추상적인 관점으로 보면 수학적인 구조가 깔렸어요. 물리학자는 우주를 수학이라고 생각하고요. 수학을 배워두면 세상을 전반적으로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고, 마음의 양식이 되죠. 더 얘기할 수도 있지만 여기까지만 할게요(웃음).” “아이 교육은 나보다 잘하는 부모가 많다”며 “아이보다 어른 교육에 관심이 많다”는 김 교수는 앞으로도 수학책을 집필하고 수학 콘서트 활동을 확산해나갈 예정이다. “인문학 강좌는 백화점 문화센터부터 강의의 수요도 공급도 많지만 상대적으로 자연과학이나 수학 강좌는 적더라고요. 과거에 ‘수포자(수학포기자)’ 소리 듣던 사람들에게도 자신 없던 분야를 스스로 알아가면서 얻는 치유 효과를 누리게 해주고 싶어요.” ■ 참고도서·아빠의 수학여행(은행나무)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