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친절한 금자씨’가 영화 데뷔작이다. 연극, 뮤지컬 무대에 설 때였는데 아이 낳고 2년을 쉬었다. 임신해서 몸무게가 14kg이나 늘었는데 태어난 아들은 4.2kg이었다. 딱 그만큼만 빠지고 아이 돌 때까지 그 살이 남아 있었다. 감옥처럼 집에만 있다 보니 다시 무대로 돌아가서 한 마디라도 벙끗할 수 있을까 두려웠다. 그래서 오히려 영화를 하고 나니 살 것 같았다. 그 덕에 자신감이 생겨 공연도 다시 시작했다. 공연하며 영화가 들어오면 닥치는 대로 했다. 연기하는 데 도움을 준 멘토가 있었나? 혹독한 선생님이나 멘토가 없다는 게 내겐 굉장한 독이다. 진로를 바꾸고 아무것도 할 줄 모르니 일단 연기학원에 갔다. 독백을 해보래서 했더니 칭찬을 해주는 거다. 그러더니 다른 아이들에게 ‘이렇게 하면 된다’고 했다. 그래서 내가 엄청 잘하는 줄 알았다. 대학에서도 주변 사람들이 후한 점수를 주고 엉덩이를 토닥토닥 해줬다. 아직까지 연기하며 혼나거나 욕먹지는 않았는데, 그게 독이라고 생각한다. 발전이 없는 것 같아서. ‘댄싱퀸’의 윤제균 감독은 나를 늘 후하게 평가해주는 사람이다. 짧은 장면인데도 찍어보고 양을 늘려주곤 해서 감사했다. 영화라는 음식을 만드는데 재료가 좋으니 많이 넣는 느낌일 것 같다. 인생에서 베스트와 워스트를 꼽아본다면. 좋았던 순간은 많았다. 나쁜 순간도 많았고. 하나를 꼽으라면 너무 어렵지만 어떤 작품이 아니라 지금 이 시기가 베스트 같다. 뭔가 의욕적으로 할 수 있고, 배우로서 살아 있는 느낌이라 바쁜 요즘이 행복하고 좋다. 카메라가 꺼지면 어떤 모습인가? 초등학생 아들은 어떻게 가르치는지 궁금하다. 엄마로서는 아이를 방목, 거의 방치에 가까운 수준으로 놔둔다. 하기 싫으면 하지 말고, 하고 싶으면 하라고 한다. 공부에 대해 부담 주는 편은 아니다. 덧셈 뺄셈 하고 살아갈 수 있을 정도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인생을 어떻게 살지 생각하는 힘을 길러줘야 하는데 지금이 아이에게 중요한 시기라고 해서 걱정이다. 아들이 엄마 말을 잘 듣나? 아직은 내 말이 먹힌다. 열 살인데 자기 말로는 사춘기란다. 친정어머니가 아들을 봐주는데, 요즘엔 집에 거의 못 들어갔다. 들어가서도 침대에서 시체놀이 하다 나오니 신경을 거의 못 썼다. 학교 알림장 보고 준비물 챙겨준 게 몇 달 전인 것 같다. 다행인지 아이가 굉장히 쿨해서 ‘왜 안 챙겨줬어’라고 하지 않고 자기도 안 챙겨간다(웃음). 남편이 매니저 출신이라 일하는 아내를 잘 이해할 것 같다. 일하는 건 뭐라고 하지 않고 이해해주고 격려도 많이 해준다. 이번에 시상식 가며 가족에게 말을 안 해서 다들 상 받는 줄 몰랐다. 친구나 지인들이 방송 보고 연락해올 때도 다들 자고 있었다. 다음 날 트로피 보여주면서 아들 옆구리 찔러 축하받고, 다시보기로 보여주면서 ‘엄마가 네 얘기도 했다’고 말해줬다. 남편은 문자로 ‘고생했네’라고 보내줬다. 슬럼프 극복 방법이 궁금하다. 스트레스 해소는 어떻게 하나? 스트레스를 받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날을 세우면 힘든 것 같다. 예전부터 그랬지만 매사 좋게 생각하려고 노력한다. 원래 성격도 둥근 편인가 보다. 둥글기도 하고, 합리화를 잘한다. 안 좋은 게 있어도 ‘이래서 이랬을 거야’라고 생각하고, ‘저렇게 살라 그래’ 하고 내버려둔다. 그래도 스트레스를 받으면 먹는 것도 그렇고, 몇 년 새 캠핑에 취미를 붙여 가서 넋 놓고 있는 걸 좋아한다. 낚시는 성격이 급해서 힘들더라. 주로 아들과 둘이 캠핑을 가는데, 요새는 엄마들 따라다니지 않으려고 한다. 워너비는 누군가? 일하는 선배와 선생님들이 모두 워너비다. 이순재, 윤여정 선생님처럼 나이 들어 오래 연기하는 모습도 멋지고, 김수미 선생님처럼 그 나이까지 에너지를 가지고 열정적으로 일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연기 외에 배워보고 싶은 게 있나? 많다. 스포츠댄스를 잠깐 배웠는데 재밌어서 더 배우고 싶다. 요리나 그림, 공예도 배우고 싶고 인테리어도 배우고 싶다. 가구도 만들어보고 싶고, 바도 차려보고 싶고, 장사도 하고 싶고…. 하고 싶은 건 많은데 겁이 많아서. 맨손으로 뭔가 하는 걸 좋아한다. 얼마 전에 만난 기자는 내게 ‘제목 카피를 잘 뽑는다’고 했다. 이 기사의 제목은 뭐가 좋을까? 음…, 오늘의 테마는 포근함과 따뜻함? 영화 ‘소원’ 관련 이야기를 하다 보면 요란하지 않은, 겸허하고 따뜻한 이미지가 떠오른다. 그런 의미에서 니트를 입은 것이다(웃음). 독자들에게 한마디 해달라. 잡지를 즐겨 보는데, 독자에게 내가 어떻게 보일지 궁금하다. 요즘 영화가 관객 1천만 명을 넘기는 게 중장년층이 많이 봐서 그렇다고 하더라. 그런 문화 활동도 활발히 했으면 좋겠다. 자식, 남편만 바라보고 사는 시대는 지났으니, 자신의 삶을 위해 시간과 정성을 들여보기 바란다. 다이어트 너무 하지 말고 건강을 챙겼으면 좋겠다. ■ 장소협찬·충정각(02-313-0424)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