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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임 1주년을 맞은 스콧 와이트먼 주한영국대사를 고즈넉한 덕수궁 옆 정동길의 관저에서 만났다. 영국식 티와 디저트를 즐기며 1년간의 소회를 들었다. 미모의 아내 앤 와이트먼 여사도 함께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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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수궁 옆의 멋진 집에서 살 수 있는 게 큰 행운이라고 생각해요. 정원이 계절마다 바뀌는 걸 보는 것도 흥미롭고요. 봄에는 수선화가 핀 정원을 산책하고, 가을에는 단풍이 멋지게 물드는 걸 바라보면 눈이 즐겁죠.”(스콧 와이트먼) “관저는 공식 행사에도 쓰이지만 살기에도 너무 크지 않고 편안해요. 요리사가 없을 때는 부엌에서 직접 요리하며 시간을 보내죠.” (앤 와이트먼) 서울 중구 정동길에 있는 주한영국대사관. 스콧 와이트먼(51) 주한영국대사 부부의 관저는 그 안에 자리해 있다. 마당에 들어서자 새들의 지저귐과 함께 월동 준비에 한창인 정원사들의 모습이 보인다. 도심 속 ‘시크릿 가든’인 셈. 주춧돌에는 건물의 역사가 쓰여 있다. 이곳은 영국 빅토리아 여왕 시절인 1890년 주한영국공사 관저로 지어진 이래 지금까지 사용되고 있다. 19세기 말 조선 왕조와 수교를 맺은 후 지은 외국의 공사관 건물이 원형을 간직한 채 같은 용도로 지금까지 쓰이는 건 이곳이 유일하다. 변화하는 제임스 본드, 영국 시대상 반영
현관에 들어서 복도를 지나자 그랜드 피아노 위에 놓인 액자가 눈에 들어왔다. 지난해 이맘때 청와대에서 대통령에게 신임장을 전하는 와이트먼 대사의 사진이다. 피겨 선수 김연아와 함께 찍은 사진도 보였다. 집 구경을 하는 사이 2층에서 미모의 금발 여성이 내려와 일행을 반겼다. 와이트먼 대사의 아내 앤 와이트먼 여사다. 응접실로 셰프가 디저트와 밀크티를 내왔다. 도자기 찻잔과 접시가 “나는 영국에서 왔어요”라고 말하는 듯하다. 영국의 대표 브랜드 웨지우드의 티 컬렉션 중 하나인 ‘퀸 오브 하트’라고 한다. 웨지우드는 왕실의 후원을 받아 ‘여왕의 도자기’라고 불리며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는 브랜드. 와이트먼 여사가 좋아하는 브랜드란다. 베이킹이 취미라는 와이트먼 여사는 오늘의 티 파티를 위해 직접 만든 케이크를 선보였다. 부드러운 카스텔라를 한 입 베어 무니 새콤한 잼과 크림이 입 안 가득 찼다. “달콤하고 부드럽다”는 말에 그는 소녀처럼 웃었다. “쿠키를 굽고 케이크를 만드는 걸 좋아해요. 요즘에는 온 가족이 모일 시간이 거의 없지만, 주말이면 애프터눈 티를 즐기면서 시간을 보내곤 했죠.” 와이트먼 여사는 영국에 남아 있는 두 딸의 뒷바라지 때문에 올해 10월에야 한국에 왔다. 케이크 만드는 비법으로 수다를 떠는 사이 외부 일정을 마치고 김포공항에서 돌아온 와이트먼 대사가 관저로 들어섰다. 한 나라를 대표하는 대사라면 근엄하고 딱딱한 이미지가 떠오르지만, 11월로 한국 부임 1년을 맞은 와이트먼 대사는 그런 말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회색 정장에 그린 타이와 소화하기 쉽지 않은 붉은 양말을 매치해 남다른 패션 감각을 선보인 그는 바짓단을 들어 올려 양말을 보여주는 유머러스한 남자였다. 와이트먼 대사의 등장으로 한결 여유로워진 티타임. 대사는 먼저 찻잔에 데워진 우유를 붓고 그 위에 차를 따랐다. 손놀림이 익숙했다. “평소에도 차를 좋아해서 자주 마신다”며 “어릴 때부터 차와 스콘, 케이크를 즐겼다”고 했다. 아내의 베이킹 실력에 대해 묻자 “정말 좋다”며 활짝 웃었다. 10월 25일 ‘007 스카이폴’ 시사회에서 와이트먼 대사는 나비 넥타이에 정장 차림으로 포토월에 서, 흡사 첩보원 같은 모습을 보여줬다. ‘007 스카이폴’은 제임스 본드 탄생 50주년을 기념해 제작된 007 시리즈 23번째 영화로, 주인공 제임스 본드 역의 대니얼 크레이그는 역대 본드들과 달리 ‘날것의 액션’을 보여준다는 평을 받고 있다. 와이트먼 대사는 “올해는 영국에서 제임스 본드 탄생 50주년이자 여왕 즉위 60주년인 다이아몬드 주빌리, 런던 올림픽·장애인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른 의미 있는 해”라고 했다. “역대 본드캐릭터는 영국 사회와 시대의 변화를 반영한다고 생각해요. 로저 무어에게 세련된 면이 있다면 대니얼 크레이그는 스무스하지 않고 좀 더 거친 면이 있죠. 역대 제임스 본드를 연기한 배우 중에서는 대니얼 크레이그도 좋지만 제가 스코틀랜드 출신이라 숀 코너리를 더 좋아하죠(웃음).”
비빔밥과 닭갈비가 입맛에 딱 와이트먼 대사는 스코틀랜드 에든버러대에서 프랑스어를 전공했다. 졸업 후 1983년부터 중국 베이징, 프랑스 파리, 이탈리아 로마 등지에서 외교관으로 근무했다. 2008년부터 2010년까지는 영국 외무부 아태지역국장을 역임하며 아시아와의 인연을 이어왔다. 지난해 11월 주한영국대사로 부임하기 전에는 1년여 간 한국어를 배우고 서울 마포구 상암동 한 가정집에서 홈스테이를 하는 등 ‘한국 스타일’을 익히려 노력했다. 한국인의 삶을 직접 느껴보겠다는 생각에서였다. 홈스테이 기간 하숙집 가족과 식사하고 TV 시청을 하며 즐겁게 지냈다고 했다. 그는 “런던에서도 한식을 먹어봤지만, 한국 가정식을 접하는 건 새로운 경험이었다”라며 “수제비와 삼겹살이 입에 맞았다”고 했다. 한국에서의 1년을 돌아보면 엄숙한 직책에 어울리지 않는 유연함이 돋보인다. 온라인 활동에도 열심이다. 2011년 11월 25일부터 운영한 블로그 ‘스콧의 한국이야기 plus’에는 그가 한국에서 생활하며 느낀 단상이 글과 사진으로 표현돼 있다. 서울 곳곳을 버스로 돌아다니며 티머니 카드의 편리함에 감탄하고, 경주에서 한국의 가을을 만끽하며 불국사의 고요함과 대릉원 고분에 매료된 남자의 이야기를 읽다 보면 꼭 방학을 맞아 한국에 온 영국인 교환학생의 일기를 보는 것 같다. 그만큼 친근하다. 지난여름 런던 올림픽 개막을 일주일 앞두고는 젊음의 거리 홍대에서 가족과 함께 비틀스 음악을 즐기기도 했다. 이날은 ‘브리티시 록 위크엔드’ 콘서트 둘째 날로 비틀스 헌정 밴드를 표방하는 ‘타틀스’의 공연이 있었다. 타틀스는 와이낫, 장기하와얼굴들, 우쿨렐레피크닉 등 국내 인디밴드 멤버가 모여 만든 프로젝트 그룹이다. 90여 명의 한국 관객 사이에서 푸른 셔츠에 밝은 면바지 차림의 와이트먼 대사는 이날만큼은 ‘홍대 스타일’로 무장하고 비틀스의 명곡을 흥얼거리며 리듬에 몸을 맡겼다.
1 관저 입구에서 가장 먼저 반기는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의 젊은 시절 초상화. 2 주춧돌에는 1890년 건축 당시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3 1백20여 년 전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앤티크 스타일 창문. 4 관저 입구 엘리자베스 여왕의 초상화 맞은 편에는 헨리 무어의 조각상이 장식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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